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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 영화와 만나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다 '내부자들'

 

 

내부자들

 

  난 첫 번째로 메시지가 깊숙이 배어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났을 때 속이 시원하기보다 찝찝할 정도로 여운이 남아있고 그 여운 때문에 인생을 다시 한 번 곱씹는 것을 좋아한다

  난 두 번째로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 학연, 지연, 혈연이란 족보가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판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그런 사회를 원한다. 가진 자들이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유지되는 그런 사회는 썩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썩은 사회를 보고도 방관하는 권력만을 쫓는 나부랭이들의 태도 역시도 썩었다고 생각한다. 또 목소리를 내 봤자 바뀌지 않는다고 무관심해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난 세 번째로 남자다운 남자가 되고 싶다. 강한 의지를 가진 남자, 깊은 의리를 아는 남자,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 목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때론 꺾이기도 하고, 굽혀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음속에 질긴 풀 한포기는 가지고 살고 싶다. 결국 그 풀 한포기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을 때, 꽃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 가장 필요한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

  어디까지나 못난 내 바램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늘 괴로울 테지만, 추구하고 싶은 이상향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내부자들이란 영화는 나에게 있어 다시 한 번 가슴속에서 없어져가고 있던 내 이상향을 깨워준 영화이다.

  나는 원래 느와르란 작품을 멋있다 생각하는 철없는 남자 아이다. 그래서 그냥 느와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하는 이병헌의 연기에 기대하며 영화관에 들어섰다. 역시나 보는 내내 감탄을 연거푸 하며 이병헌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병헌 보다 더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가벼움과 무거움을 넘나드는 리듬감 넘치는 시나리오였다.

  시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 전개방식에 모히또에 몰디브 한 잔과 같은 맛 깔 나는 대사들이 다소 무거운 소재를 재밌게 풀어갔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 안에 살아 숨 쉬는 두 캐릭터, 깡패 안상구와 검사 우장훈 역시도 굉장히 짙은 숨을 몰아쉬며 관객에게 다가왔다.

 

 

 어쩌면 영화 내부자들의 내용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당히 껄끄러울 수 있는 소재였다. 정부와 기업, 언론이란 커다란 권력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짓거리들, 그리고 정의와 복수라는 이름하에 더러운 짓거리들에 맞서 싸우는 검사와 깡패는 대중들에게 다윗이 골리앗을 끝내 물리치는 그런 통쾌감을 맛보여준다.

  가와 국민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집권 여당이 되어야만 한다고 하는 야당 당원이자 교수의 이 대사는 이 영화가 말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쥐고 하는 자들의 꿀 바른 변명, 그것은 영화가 아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권력은 영화의 엔딩장면에 나오는 권력의 똥개였던 조국일보 이강희의 독백에서 말 하듯 쉽게 끓고 쉽게 식는 대중에게도 잘못이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서 나오며 국민에게 쓰여야 하는 것이 권력이라는 그 본질을 안다면 대중의 특성을 악용하기 이전에 어버이의 마음으로 권력을 국민을 위해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 가 끝없이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부자들을 보고 다시 한 번 느낀 것이 있다. 바로 문화의 힘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 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째로, 채찍이라 할 수 있는 법이다. 법이 똑바로 서서 선과 악을 올바로 가린다면 사람들은 법이 무서워서라도 달라지고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심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로, 당근이라 할 수 있는 참 된 교육이다. 좋은 교육이 개개인에게 이뤄진다면 그 교육을 받은 개인은 좀 더 사회에 헌신하고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스승과 제자, 환경 그 모든 것이 맞물려야하며 교육자의 가치관이나 인격에 따라 차이가 나는 제약이 있다.

 

  그렇다면, ‘문화는 어떤가? 문화의 힘은 대단히 강력하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좋은 책 한 권을 읽은 사람은 스스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좋은 영화나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강력하게 변화시킨다. 서로의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문화를 통해 공유하며 풀어가는 것이다. 김구 선생님도 부력과 강력이 아니라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셨다.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남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

  내부자들과 같은 좋은 영화는 사람들에게 정치권력, 언론의 역할, 대중의 속성 등 살면서 내 삶에 문제를 안 삼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무겁고도 멀게 느껴지는 현실에 더 눈을 뜨게 하고, 올바른 세상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해준다. 나는 한번 사는 세상 좀 더 진지하고 멋있게 삶에 임하고 싶다. 영화 속 우장훈 검사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새끼가 돼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 우직한 자신의 뜻을 펼쳤듯이, 나도 문화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호랑이가 돼서 정의롭고 인정 넘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우직한 뜻을 꼭 펼치고 싶다.